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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독학 두 번째 이야기 – 코드의 벽을 넘는다는 것

by 먀리 2025. 5. 26.

“기타 독학의 두 번째 여정, ‘코드’라는 벽을 넘는 이야기. 초보자에게 가장 큰 난관이 되는 코드 연습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감정과 기억을 담은 에세이로 풀어냅니다. 기타 입문자에게 따뜻한 공감과 실질적인 방향을 제시합니다.”


‘코드’

기타 독학



기타 독학의 여정을 시작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마주치는 벽이 있다. 바로 ‘코드’다. C, G, Am, F… 알파벳 몇 글자일 뿐인데, 이 조합들이 줄과 손가락 사이를 어지럽게 오간다. 나 역시 그랬다. 기타 독학을 결심한 뒤 처음 마주한 코드표는, 악보가 아니라 암호처럼 느껴졌다.

가장 먼저 연습했던 건 C 코드였다. 보기엔 단순해 보였다. 하지만 막상 손가락을 올려보니, 그 단순한 도형 하나가 손에선 도무지 구현되지 않았다. 소리는 뭉개졌고, 누르지 말아야 할 줄에 손가락이 스치면서 괴상한 울림이 튀어나왔다. 그 소리에 실망해 기타를 내려놓았던 날도 있었다. 그런데도 다음 날이면 다시 기타를 들고 앉아 있었다. 왜일까. 어쩌면 그 어설픈 울림 속에서, 언젠가 내가 연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가능성을 느꼈기 때문일지 모른다.

기타 독학자에게 ‘코드’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통과의례’다. 우리는 손끝의 통증과 마음의 조급함을 견디며, 아주 작은 울림을 향해 나아간다. 처음엔 소리가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날, 아무 기대 없이 튕긴 코드에서 맑고 또렷한 울림이 날 때가 있다. 그 순간은, 마치 어둠 속에서 처음 별을 발견한 것처럼 기억에 남는다. 그것은 단지 음이 아니라, 스스로를 향한 조용한 칭찬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F 코드 앞에서 포기한다. 나 역시 그랬다. 바레(barre)라는 기술은, 손가락 하나로 줄 여섯 개를 눌러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 줄은 몰랐다. 아무리 눌러도 소리가 나지 않았고, 손가락은 금세 아파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손이 그 자세를 기억했고, 어느 날 “아, 이게 그 느낌이구나”라는 감각이 찾아왔다. 독학이 주는 가장 큰 보람은 바로 그런 ‘스스로 발견하는 순간’들이다.

나는 코드 연습을 단순 반복으로만 하지 않았다. 하나의 코드에 짧은 이미지를 붙였다. C 코드는 여름 오후의 창문처럼, Am은 흐린 날의 창백한 마음처럼, G는 저녁놀이 깔린 강변 같았다. 그렇게 연상하니 코드가 단순한 손의 동작이 아니라, 감정을 담는 그릇처럼 느껴졌다. 이 방식은 코드 전환에도 도움이 되었다. 단어와 감정이 연결되면, 손도 함께 반응하게 된다.

또한, 코드를 ‘외우는 것’보다는 ‘흐름을 기억하는 것’이 더 유익했다. 예를 들어 C-Am-F-G 같은 코드 진행은 수많은 대중가요의 기본이 된다. 손가락을 해당 위치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손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조금 더 ‘기타를 치는 사람’에 가까워진다.

혼자 연습할 때 가장 중요했던 건, ‘소리를 듣는 귀’였다. 같은 C 코드라도, 소리의 질감은 날마다 달랐다. 손의 힘, 줄을 누르는 깊이, 스트로크의 방향… 이 모든 것이 다르게 반응했고, 그걸 구분해내는 감각이 조금씩 자라났다. 기타는 점점 내 손에 익어갔고, 내 악기가 되어갔다.

지금도 기억나는 밤이 있다. C-Am-F-G 코드만으로 친구의 시 한 편에 곡을 붙였던 날이었다. 모두 잠든 밤, 방 안에서 기타를 조용히 연주하며 그 노래를 중얼거렸다. 그건 누군가를 위한 연주가 아니었다. 나 자신에게, 그날의 마음을 남기기 위한 노래였다. 코드라는 건 결국, 나를 표현하는 언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기타를 독학한다는 건, 남이 짜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길을 조금씩 개척해가는 일이다. 코드는 그 길 위의 이정표일 뿐이다. 느리지만, 나만의 속도로 걷다 보면, 언젠가 그 코드들이 나를 기다려줄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리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손보다 마음이 먼저 흔들리는 그 순간들, 그리고 그 떨림 속에서 태어나는 나만의 리듬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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