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독학의 두 번째 여정, ‘코드’라는 벽을 넘는 이야기. 초보자에게 가장 큰 난관이 되는 코드 연습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감정과 기억을 담은 에세이로 풀어냅니다. 기타 입문자에게 따뜻한 공감과 실질적인 방향을 제시합니다.”
‘코드’

기타 독학의 여정을 시작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마주치는 벽이 있다. 바로 ‘코드’다. C, G, Am, F… 알파벳 몇 글자일 뿐인데, 이 조합들이 줄과 손가락 사이를 어지럽게 오간다. 나 역시 그랬다. 기타 독학을 결심한 뒤 처음 마주한 코드표는, 악보가 아니라 암호처럼 느껴졌다.
가장 먼저 연습했던 건 C 코드였다. 보기엔 단순해 보였다. 하지만 막상 손가락을 올려보니, 그 단순한 도형 하나가 손에선 도무지 구현되지 않았다. 소리는 뭉개졌고, 누르지 말아야 할 줄에 손가락이 스치면서 괴상한 울림이 튀어나왔다. 그 소리에 실망해 기타를 내려놓았던 날도 있었다. 그런데도 다음 날이면 다시 기타를 들고 앉아 있었다. 왜일까. 어쩌면 그 어설픈 울림 속에서, 언젠가 내가 연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가능성을 느꼈기 때문일지 모른다.
기타 독학자에게 ‘코드’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통과의례’다. 우리는 손끝의 통증과 마음의 조급함을 견디며, 아주 작은 울림을 향해 나아간다. 처음엔 소리가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날, 아무 기대 없이 튕긴 코드에서 맑고 또렷한 울림이 날 때가 있다. 그 순간은, 마치 어둠 속에서 처음 별을 발견한 것처럼 기억에 남는다. 그것은 단지 음이 아니라, 스스로를 향한 조용한 칭찬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F 코드 앞에서 포기한다. 나 역시 그랬다. 바레(barre)라는 기술은, 손가락 하나로 줄 여섯 개를 눌러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 줄은 몰랐다. 아무리 눌러도 소리가 나지 않았고, 손가락은 금세 아파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손이 그 자세를 기억했고, 어느 날 “아, 이게 그 느낌이구나”라는 감각이 찾아왔다. 독학이 주는 가장 큰 보람은 바로 그런 ‘스스로 발견하는 순간’들이다.
나는 코드 연습을 단순 반복으로만 하지 않았다. 하나의 코드에 짧은 이미지를 붙였다. C 코드는 여름 오후의 창문처럼, Am은 흐린 날의 창백한 마음처럼, G는 저녁놀이 깔린 강변 같았다. 그렇게 연상하니 코드가 단순한 손의 동작이 아니라, 감정을 담는 그릇처럼 느껴졌다. 이 방식은 코드 전환에도 도움이 되었다. 단어와 감정이 연결되면, 손도 함께 반응하게 된다.
또한, 코드를 ‘외우는 것’보다는 ‘흐름을 기억하는 것’이 더 유익했다. 예를 들어 C-Am-F-G 같은 코드 진행은 수많은 대중가요의 기본이 된다. 손가락을 해당 위치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손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조금 더 ‘기타를 치는 사람’에 가까워진다.
혼자 연습할 때 가장 중요했던 건, ‘소리를 듣는 귀’였다. 같은 C 코드라도, 소리의 질감은 날마다 달랐다. 손의 힘, 줄을 누르는 깊이, 스트로크의 방향… 이 모든 것이 다르게 반응했고, 그걸 구분해내는 감각이 조금씩 자라났다. 기타는 점점 내 손에 익어갔고, 내 악기가 되어갔다.
지금도 기억나는 밤이 있다. C-Am-F-G 코드만으로 친구의 시 한 편에 곡을 붙였던 날이었다. 모두 잠든 밤, 방 안에서 기타를 조용히 연주하며 그 노래를 중얼거렸다. 그건 누군가를 위한 연주가 아니었다. 나 자신에게, 그날의 마음을 남기기 위한 노래였다. 코드라는 건 결국, 나를 표현하는 언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기타를 독학한다는 건, 남이 짜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길을 조금씩 개척해가는 일이다. 코드는 그 길 위의 이정표일 뿐이다. 느리지만, 나만의 속도로 걷다 보면, 언젠가 그 코드들이 나를 기다려줄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리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손보다 마음이 먼저 흔들리는 그 순간들, 그리고 그 떨림 속에서 태어나는 나만의 리듬에 대해.